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서
따지고 보면 완전히 똑같은 하루는 없다.
그 말에 동의는 하지만 5일 일하고 이틀을 쉬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의 패턴은 10년째가 되니 지겹긴 하다.
올해는 심지어 매년 다가오는 나의 생일도 지겨워서
카카오톡의 생일 알림을 꺼두었다.
따로 캘린더에 적어두거나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심지어 가까워도)
각자의 삶이 바쁘기 때문에 카카오에 뜨지 않는 생일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알림을 보고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지인들의 카톡이 고맙기도 하지만
이렇게 심신이 지쳐있는 때에는 그마저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선물을 받은 만큼 다시 나도 신경 써서 챙겨줘야 하는 부담감도 있고,
카톡의 메시지들에 답장을 열심히 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
예상을 뒤집다
난 가족들도 까먹지 않을까 했다.
나는 캘린더에 적어놓긴 하는데 역시 가족은 가족인가.
아침부터 시어머님과 시아버님께서 나란히 생일을 축하한다는 카톡을 보내오셨다.
생각보다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과 동생, 가장 친한 친구들도 잊지 않고 당일날 연락이 왔다.
게다가 저녁에는 친하지만 육아로 연락을 자주 못하는 지인에게서도 카톡이 왔다.
부담스러운 마음보다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나: "아니 어떻게 알고 보냈어? 나 카톡 알림 꺼놨는데!?"
지인: "연락처에 너 생일도 저장되어 있어."
뜻밖의 연락에 부담은커녕 은은한 행복감이 올라왔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서 말한 행복 법칙이 떠올랐다.
배움 2.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中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고 그래서 재밌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물론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상상한 것과 다르게 더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남편이 준비한 깜짝 파티
우리 부부는 둘 다 기념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서로 서운해하지도 않아서
기념일이 오면 그냥 맛있는 밥 한 끼 먹는 정도로 보내는 편이다.
그래서 내 생일날 저녁에는 맛있는 막창을 먹고 산책을 했다.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나 했는데
남편이 집에 케이크를 사놨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생일 축하 연락이 잘 오는 것도 신기했는데,
집에 초콜릿 케이크가 있다니,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생각에 또 신이 났다.
나 그냥 조금 지쳐서 그랬던 걸까?
벌써 몇 십 번도 보낸 생일과 진부할 것 같은 케이크인데도
의외로 또 즐거웠던걸 보면 말이다.
배움 16. '행복은 살아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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