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를 따라
예정보다 4개월 빨리 퇴사를 결심해 버렸다.
간밤에 남편이랑 얘기하다 엉엉 울었는데,
오늘 아침엔 차분하게 일어나서 출근길에 올랐다.
출근길은 안 막힐 땐 25분이 걸리지만, 막히면 36분이 걸린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출근 러시를 피하려고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따라 달리며 생각했다.
‘오늘 왠지 결단을 내릴 것 같다.’
회사에 도착하니 예정된 업무가 밀려 오전에 조금 여유 시간이 생겼다.
어제 했던 말들이 갑자기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면서, 바로 다음 달에 퇴사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 싫은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에 에너지를 쏟고 싶었다.
관리자분들께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잘 생각했어. 퇴사, 별거 아냐. 잘 말씀드리고 와.”
퇴사 유경험자인 남편의 응원을 듣고, 재빨리 면담을 요청하러 갔다.
퇴사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사직서를 내겠다고 말하러 가는 것이 매우 떨리는 일이었다.
관리자분들은 바로 다음 달이라는 나의 말에 매우 놀라시긴 했지만, 난 운이 좋다.
나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시더니 나의 앞날을 따뜻하게 응원해 주셨다.
한 땀 한 땀
사직서는 자필로 썼다.
돌이킬 수 없는 각서를 쓰는 기분이었다.
단숨에 써 내려갔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면서도 퇴사하기로 결정을 내리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런데 부모님께는 언제 말씀드리지…?
어차피 나의 인생이라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식이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우는 걸 보는 일은 부모 된 입장에서는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자식의 앞날이 걱정이 되기도 할 테고.
근데 어쩌겠는가, 내가 행복한 게 중요한걸.
부모님도 나의 행복을 바라실 테니, 결국 응원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 (근데 일단은 좀 나중에 말하는 걸로…)
하고 싶은 거 하고 사세요
퇴사일까지 D-27이다.
퇴사를 결심만 했는데도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심지어 오늘 신나서 요리라면 만사 귀찮아하는 내가 저녁도 직접 만들어 먹었다.)
인간은 실패하지 않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행복하다.
-어린 완벽주의자들 中-
훗날 퇴사를 후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 완벽주의자들에 나오는 말처럼,
실패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생각만으로도 벌써 행복해진다.
두려움을 원동력으로 삼아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갈 것이다!
인생 뭐 있나! 한번 사는 인생!!
오늘과 미래의 나, 파이팅!
'일기 > 끄적끄적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사 D-20] 퇴사도 쉽지 않구나 (0) | 2024.09.11 |
---|---|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불안에 대한 실마리 (feat. 일상을 심플하게) (0) | 2024.09.07 |
카카오 생일 알림 끄기 (0) | 2024.09.03 |
30대 중반에 찾아온 지독한 삶태기, 인태기, 권태기, 인생 노잼시기 (feat. 쇼펜하우어) (0) | 2024.07.02 |
인생의 의미! 그런건 없다! (0) | 2024.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