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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끄적끄적 일기

30대 중반에 찾아온 지독한 삶태기, 인태기, 권태기, 인생 노잼시기 (feat. 쇼펜하우어)

by 딜라잇프룻 delightfruit 2024. 7. 2.

바비힐

어제 잠들기 전에 생각했다.

'왜 이렇게 요즘 지독한 삶의 권태기를 느끼는가'

 
뭘 해도 딱히 재미가 없다. 구미가 당기는 게 있으면 하면 그만인데, 그렇게까지 열정을 샘솟게 하는 것이 없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 30대 중반부터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니, 뭐 그럴 만도 하다.
 
지구에서 인간으로서 30년 넘게 삶을 살아내었고, 한 직장에 다닌 지는 10년이 다 되어 간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질 법도 하다.
 
돌이켜보면 20대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이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다양한 모임에 들어가 사람들과 교류하고, 취미도 여러 개
직장에서도 꽤나 열정적으로 일했다.(그래... 나 나름 엄청 열정 터지는 인간이었다...)
 
어찌 보면 20대는 대학생활 하랴, 취직해서 직장에 적응하랴,
돈도 벌겠다 하고 싶은 취미와 모임 하랴, 결혼 준비도 하랴, 틈틈이 여행도 가랴...
여러 가지 새로운 퀘스트를 깨고 다니기 바빴던 것 같다.
20대에는 '아 삶은 뭐... 이런 거군' 하고 권태를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관통맨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 하는 시계추

 
어쩜 저렇게 기가 막힌 표현을 썼을까.
 
마흔 살은 아직 아니지만 한창 핫했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책을 읽으면서
요 며칠 동안 고민이었던 삶태기에 대해 조금은 해답을 찾은 것 같다.(그렇다고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욕구의 결핍과 욕구의 과잉을 피해야 한다. 양극단은 불행이다. 결핍과 과잉의 중간을 택해야 한다.
풍부한 상상력, 두뇌 활동력이 뛰어난 사람은 전혀 무료함과 따분함을 느끼지 않는다.
정신이 풍요로워질수록 내면의 공허가 들어갈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있고,
여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뛰어난 정신력을 지닌 자다.

 
 
고통과 무료함의 중간을 택하라... 그래 이게 어느 정도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견딜만한 수준의 모험을 떠나거나(세계여행),
하고 싶었던 취미인데 귀찮다고 미뤄뒀던 활동들(영어회화 마스터, 일러스트 그리기, 러닝 꾸준히 하기 등등...)을
적당히 스트레스를 너무 받지 않는 선에서 하나씩 다시 해 보아야겠다!!
(극단적 고통이 아닌 무료함으로 가지 않기 위한 적당한 고통을 주는 의미... 어떤 분야에서 능력치를 올리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고통이기에)
 
이런 일들을 벌일 땐 역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건 내 삶이라는 마음으로
밀고 나가는 용기가 꼭 필요하다.(특히나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동양문화권에서는..)
내년에는 역시 한 발 걸치는 휴직보다는 화끈하게 퇴사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음… 며칠 지나고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답인 것 같다. 에너지가 차오를 때까지! (대신 부정적인 생각 말고 그냥 현재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오늘도 빈둥대며 소파에 누워 있다가 저녁밥이나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
 

나만의 길을 간다, 출처: 트위터 최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