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여행을 다녀온 이후, 세계여행을 하며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래서 신랑과 같이 여행과 관련된 서적을 끌리는 대로 선택해서 주문을 했다.
여러 가지 도서를 구입했는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끌렸던 책은 민혜련 작가의 「일생에 한 번은 파리를 만나라」였다.
나는 웬만하면 정보의 최신성을 선호해서 옛날에 출판된 책들은 잘 구입하지 않는데, 이 책은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 해!'하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게 된 책이다.
작가님이 독자를 홀리도록 글을 잘 쓰신 이유도 있지만, 내가 계속 파리에 다시 가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전에 유럽 여행을 총 두 번 다녀왔었다. 첫 여행은 2017년도였고 3주간의 여행이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스위스,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것 같다. 여행 코스에 파리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파리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길거리에서 지린내가 난다, 지하철이 오래되었고 깨끗하지 않다, 소매치기가 판을 친다, 길거리에 쥐가 종종 출몰한다. 등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9년도 4주간의 유럽 여행에서는 '그래도 에펠탑은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파리를 가게 되었다.
첫 유럽 여행 당시, 스위스 인터라켄 동역에서 소매치기를 당해서 멘털이 탈탈 털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소매치기로 악명 높은 도시 중의 하나인 파리의 여행은 나를 매우 긴장시켰다. 그리고 실제로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하진 않았지만, 그들을 두 번이나 마주쳤다.
이런 이유로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파리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것 같은 도시인데,
돌아와서 계속 생각나는 도시는 파리였다. 역시 매력적인 도시는 다 이유가 있나 보다.
내가 파리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한 가지를 꼽자면, 에펠탑이 생각보다 더 멋있었다는 것.
에펠탑은 파리를 가기 전에도 사진으로나 영상으로나 너무 많이 접한 랜드마크여서 실제로 그렇게 크게 감흥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건물들 사이로 언뜻 보이는 에펠탑은 너무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파리 시내 하루 투어를 할 때 가이드님께서 에펠탑을 보여주실 때 그냥 보여주시질 않았다. 에펠탑에 다가가기 전에는 눈을 감게 했고, 6시 정각에 불이 켜지는 에펠탑을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보여주셨다. 그때의 반짝이는 예쁜 에펠탑과 낭만적인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다.
치앙마이에서 즐거웠던 경험들이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이어졌다.
여행 전에는 밥을 시간마다 챙겨 먹는 게 귀찮았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 게 식사라고 생각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치앙마이에서 경험한 쿠킹 클래스와 맛과 향이 다양한 맛있는 음식들로 인해 다음 식사를 고민하는 것이 이제는 조금 즐거워졌다.
요리를 하는 것도 조금 더 즐거워졌고,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 문득, 또 생각이 지금 현재에 머물지 않고 나도 모르게 미래로 흘러갔다.
'내 삶은 또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 걸까? 이제 직장에 복귀할 것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약간 우울해졌다.
가끔씩 찾아오는 나의 염세주의 친구다.
염세주의적인 감정을 떨쳐버리기 위해 늦은 밤에 「일생에 한 번은 파리를 만나라」를 집어 들었다.
곧장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 이런 책을 읽고 파리 여행을 했더라면 훨씬 더 여행이 즐거웠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구절을 만났다.
... 인간의 유토피아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처럼 자연과 그 산물인 멋진 와인과 감성이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 이런 것 속에서 찾아야 한다... p23
미래를 걱정하는 나의 의식을 다시 지금 여기로 이끌어주는 문장이었다.
역시, 이런 문구를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것 같다.
아직 오지 않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 여기에서 현재의 감사한 점과 행복한 일에 초점을 맞춰야겠다.
그리고 미래에 다시 파리를 방문해서 즐겁게 여행을 하는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며 꿈나라로 가야겠다. 🌙
👉 작성된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딜라잇 프룻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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