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턱관절 질환에 걸린 이유
직장 생활 초임 시절, 열정은 넘치는데 요령은 없고, 스트레스 관리하는 법도 모르는 것이 문제였다.
자기 전에 온갖 걱정을 하다가 잠에 드니 악몽을 꾸는 날이 많았고, 어느 날부터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턱이 뻐근하고, 딱딱 소리가 났다.
알고 보니 스트레스 때문에 자면서 무의식 중에 이를 악물면서 잤던 것이다.
(심지어 악몽의 내용도 턱관절이 이상하게 되는 기괴한 꿈이었다. 꿈 속인데도 턱이 아팠다. 실제로 악물고 있어서 그런 거였다.)
그래서 턱 근육이 뭉치고 경직되고, 이는 턱관절의 통증과 턱관절이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일과 중에 식사할 때도 질긴 고기는 먹기가 좀 두려워졌고, 사과도 통째로 입 벌리며 잘 먹었었는데, 턱관절이 어긋나는 느낌이 나서 큰 음식물들은 잘라먹기 시작했다.
폭풍 검색 후 서울에 있는 턱관절 전문 병원에 가다.
내가 사는 곳에는 턱관절 전문 병원이 없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서울 삼성역 쪽에 있는 턱관절 전문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검사와 상담을 진행한 후에 잘 때 이를 악물거나 이를 갈지 못하게 하는 장치인 스플린트를 끼고 자는 것을 권유받았다.
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셔서 매우 고민하다가 뭐라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진행했다.
장치는 꽤 비쌌다. 내 기억에 80-9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스플린트를 아랫니 쪽에만 끼우고 자기 시작했다.
스플린트 때문에 강제로 이를 갈거나 이를 악물 수가 없어서 확실히 턱에 점점 무리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스플린트에 의존하기보다는 나의 턱관절 질환의 원인인 스트레스 관리가 더 중요했다.
하필 다니던 병원의 휴가 기간에 입이 벌어지지 않았던 사건.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정말 소름 끼치면서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필 내가 다니던 병원이 여름휴가여서 나는 패닉에 빠졌다.
하는 수 없이 다른 병원을 검색하다가 신사역 쪽 치과에 갔는데 입 열기를 실패했고,
나는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엄청나게 비싼 돈을 내고 생으로 혼자 MRI를 찍으러 갔다.
(병원에서 개인적으로 MRI 찍으러 온 것이 약간 의아해하셨다. 하지만 불안감에 휩싸인 나는 개의치 않고 진행해 달라고 했다.)
검사 결과를 얻었고, 나는 원래 다니던 병원의 휴가가 끝날 때까지 죽이나 두유 종류만 먹으면서 연명을 했다. 흑흑...
병원 휴가 기간 후 진료를 받고 입을 열다.
역시 나를 오랜 기간 진료해 주시던 의사 선생님이어서 그랬는지 입을 여는데 성공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입이 안 열리면 보통 억지로 열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냥 입이 안 열리는 대로 그대로 둔 채로 기다린 나를 칭찬해 주셨다.
입이 열리고서 나는 뭔가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쓴소리를 하셨다.
"입이 결국 열렸잖아. 왜 울고 그래, 비련의 여주인공 모드 안 돼!"
대략 이런 느낌으로 말하셨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살살 달래주는 것보다 쓴소리를 해주시는 게 더 좋았다.
왜냐하면 턱관절의 원인이 불안감과 스트레스였는데, 마음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필요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오히려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고, 받아들이고 나니 의사 선생님과 점점 더 친해졌다.
친해져서 그런지 나중에는 진료를 받을 때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뇌 과학과 김주환 교수님의 강의로 깨닫게 된 사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마음이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우연히 내면소통의 저자인 김주환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교수님의 강의를 듣던 중 무릎을 '탁' 치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내가 턱관절이 안 좋아진 이유가 '바로 자기 직전'에 '걱정이나 분노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자기 전에 하는 생각은 자는 동안 뇌 회로에 영향을 준다.
내가 만약 자기 전에 감사한 일을 생각하며 자면, 감사하는 뇌 회로가 강화된다.
반대로 자기 전에 불안이나 분노에 휩싸여서 잠들면, 자는 동안 불안과 분노의 뇌 회로가 강화된다.
나는 턱관절이 안 좋아지는 그 시절에 잠들기 전 매일 걱정하거나 분노하며 잠들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당시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이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은 내려놓고 감사한 점만 생각하며 잠이 들었을 것이다.
김주환 교수님께서 '분노를 할 거라면 낮에 해라. 잠들기 전에는 하지 마라. 감사한 것만 생각해라.'라고 말씀을 하셨다.
진짜 나에게는 문제의 실마리가 정확하게 풀리는 순간이었고, 미리 알았더라면 2년 간 많은 돈과 시간을 아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상태 및 느낀 점
일단 스플린트로 인해 오픈 바이트('이'했을 때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딱 붙지 않고 약간 뜨는 상태)가 살짝 생겼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나이도 젊으니 치아 교정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으나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셨다.
나는 여러 정보들을 종합해 봤을 때, 약간 오픈 바이트인 이 상태가 내 턱관절에게는 편안한 상태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교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국수 먹을 때는 아주 약간 불편하다.)
그리고 직장에서는 내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니 업무를 좀 배려받기도 했고, 이제는 자기 전만큼은 감사한 생각만 하고 자려고 노력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라 그런지 예전만큼의 스트레스는 받고 있지 않는다. 그래서 스플린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고, 진료는 일단 종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턱관절 질환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불안감이 높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타입의 분들이 쉽게 걸리는 것 같다.
인터넷상의 너무 많은 정보에 휘둘리기보다는 전문의의 진료를 믿고 턱관절 근육을 열심히 풀고, 꾸준한 운동과 움직임 명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진료를 편하게 받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뒷목 근육과 턱관절을 열심히 풀어주고 있다. 나의 소소한 후기가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